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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행복미학(美學)

행복미학(美學)은 학계, 법조계,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흥미로운 가족 관련 이슈에 대해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이번 호에는 가사소송을 중심으로 한 가정법원의 후견적·복지적 역할과 관련하여 신한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님의 글을 실코자 합니다.

정을 더하는 (家庭/可情) 법원 이야기

정을 더하는 (家庭/可情) 법원 이야기
- 가사소송을 중심으로 한 가정법원의 후견적 · 복지적 역할에 대해 -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신한미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정법원’하면 탤런트 신구 씨가 ‘그럼 4주 뒤에 봅시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실제 가정법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정법원은 혼인, 이혼, 상속 등 가족 및 친족 간의 법률상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가사·소년사건 전문법원이다. 가족 간의 분쟁을 주로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이혼 사건 이외에 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에 관해 분쟁이 생겼을 때도 찾을 수 있고, 또 가족관계등록부(구 호적부)의 기재를 변경해야 될 때, 성이나 이름을 변경하고 싶을 때, 성년후견인 선임이 필요할 때, 입양허가를 받아야 할 때도 가정법원에 와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정법원에서는 형사재판의 특별한 절차로 소년비행,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 중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 관하여 처벌 보다는 치료와 교육적인 보호처분을 명하는 재판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가정법원은 가족이나 친척과 같이 지속적인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문제를 다루는데, 그 문제들은 판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가정법원은 단순히 판결만 하는 사법적 기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사자들의 치료적, 심리적, 복지적 수요에 발 맞춘 문제해결법원, 휴머니즘 법원을 지향하게 되었다. 가사소송 사건을 중심으로 가정법원의 후견적 · 복지적 역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조정위원이다. 조정위원은 민사재판에도 위촉되어 활동을 하지만 가정법원에서는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가사소송법은 쌍방 당사자가 대립하는 가사소송 사건에 관하여 필수적 조정전치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혼사건과 같은 가사소송 사건은 법정에서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조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민법과 가사소송법에 따라 가정법원은 이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혼에 관한 안내를 해야 하고, 또한 전문상담인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법원에서 위촉하여 활동하는 전문상담인과 상담기관도 많이 있다. 한편 가사소송규칙에 의해 가정법원은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학자, 아동학자, 그 밖의 관련 전문가 또는 사회복지기관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상근진단전문가 제도는 정신과 전문의로 하여금 1달에 1∼2회씩 가정법원으로 출근하여 진료를 하게하고 이 결과를 반영하여 재판을 하는 제도이다.

나아가 가정법원은 여러 지역의 전문가 및 사회복지기관 등과 함께 심리적, 정신적 원조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부모교육이다. 처음에 부모교육은 민법이 2007. 12. 21. 개정되어 협의이혼에 관한 숙려기간의 도입과 함께 이혼에 관한 안내, 상담 권고 규정이 추가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에 가정법원 판사들과 조사관이 주축이 되어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서울가정법원에서 처음으로 협의이혼 당사자들을 상대로 부모교육을 받도록 하였다. 현재는 부모교육이 전국 법원에 확산되어 협의이혼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재판상 이혼 당사자, 이혼 후 비송사건(친권자, 양육자 변경, 면접교섭, 양육비), 성본변경 사건, 입양사건 당사자들에게까지 확대하여 실시하고 있다.

또한 법원 판사와 조사관들은 ‘부모교육공동연구회’를 조직하여 이혼 당사자들을 위한 부모교육지침서 발간과 격년으로 자녀양육안내(부모교육) 담당자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교육용 교재도 개발하고 있는데, ‘부모’라는 제목의 리플릿양육수첩(면접교섭시 활용 가능)을 만들어 부모교육 시 당사자들에게 배부하고 있고, 부모교육용 동영상 프로그램인 ‘부모’, ‘우리 아이를 위한 면접교섭 바로 알기’를 만들었다. 이 동영상들은 유투브나 가정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든지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미성년 자녀를 둔 이혼 전, 후의 부모에게 부모교육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모바일 웹인 부모 홈페이지(http://parents.scourt.go.kr)를 만들었다.

그 밖에 가정법원에서는 상담제공면접교섭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1박2일 부부 캠프나 이혼 과정에서 함께 살지 않는 부모와 자녀들의 소통을 돕는 캠프, 가족캠프 등을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에 온 당사자들은 이미 갈등이 극대화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교육이나 상담, 캠프에 참여하라고 하면 처음에 대부분은 거절을 한다. 그러나 일단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게 되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우들을 많이 본다. 물론 극적으로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같이 사는 부부들은 거의 소수이지만, 양육비를 자발적으로 지급하게 되거나 자녀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이어가는 경우, 원만하게 이혼에 동의하게 되는 경우 등 당사자들의 분쟁이 그들만의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가정법원의 상담이나 캠프를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또한 자녀들을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어 좀 더 건강한 심리상태로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라면 부모역할을 위해 극대화된 갈등과 긴장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는 갈등이 완화된 상태로 약간의 정(情)을 공유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는 가정법원은 정을 떼는 곳이라기보다는 잊어버린 혹은 놓쳐버린 정을 되찾아 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가정법원에서 만난 부부, 가족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부정행위나 가정폭력 등 눈에 띄는 이혼사유보다는 소소하게 부부관계, 가족관계를 이어가면서 생겨난 갈등이 쌓여 오는 경우들이 많다. 굳이 가정법원에 와서 정을 더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 주위의 남편이나 아내, 형제자매, 자녀들을 둘러보고, 한 번 더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정을 쌓아 보자. 가정의 평화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지금 이 순간 함께 있으니까 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신한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신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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