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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행복미학(美學)

행복미학(美學)은 학계, 법조계,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흥미로운 가족 관련 이슈에 대해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이번 호에는 다양한 가족에 대한 수용성과 관련하여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님의 글을 실코자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제도적 · 문화적 수용성 사진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제도적 · 문화적 수용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변수정

전통적으로 ‘가족(家族)’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구조는 부모와 자녀, 또는 거기에 조부모가 더해진 구조를 쉽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정형화된 구조만으로는 이제 더 이상 가족을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사회 가족의 모습은 매우 다양화되었다. 현대 가족의 모습은 더욱 다양하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제도나 정책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을 전제하고 있는 경우가 여전히 남아있어 변화하는 시대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제도나 정책이 현대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반영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전통적인 틀을 유지해간다면 가족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일부 가족만을 위한 제도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가족의 변화가 두드러지지는 시점에서 현재 우리의 제도 및 정책이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얼마나 포괄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제도 및 정책이 가진 가족에 대한 관점은 일관적이지 않거나 명확한 관점이 없는 경우들이 있다. 국민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나타나는 가족은 대부분 배우자나 자녀가 기본이고 부모나 형제에 대한 조건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초적으로「민법」을 기준으로 가족을 보고는 있으나 제도를 관통하는 가족의 기준이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아 보인다. 건강보험제도에서도 가족에 대한 명확한 범위나 원칙에 의한 접근이 부족해 보이고 가입자 조건 등에서도 가족의 범위에 대한 통일된 규정이 부재해 보인다. 출산 지원에 대한 사업 내용인 모자보건사업 내에서도 사업마다 가족 수 산정이나 범위가 상이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에 신청할 필요가 있는데, 신청 가능한 자들이 가족으로만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출산 상황의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성에서 본다면, 본인 외 지원 신청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정책 의도나 가족의 다양한 상황 인정과 상충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정책 및 제도는 가족의 다양한 환경이 면밀하게 고려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되어 있는 점도 찾아볼 수 있다. 전통가족과 같이 가족 내에 두 명의 성인이 존재하지 않는 가족이거나, 자녀 돌봄을 도와줄 수 있는 조부모 및 형제자매 등의 주변 자원이 전혀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족 등 우리가 정형적이라 생각해 온 가족이 아닌 경우의 가족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부분들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성인이 가족 안에 두 명이 아닌 한 명인 경우, 그리고 그 성인 한 명은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의 가족은 맞벌이 부부의 상황과 동일한 돌봄 공백이 일어나면서, 소득은 맞벌이 부부와 차이가 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표면적으로는 맞벌이 가족과 유사해 보이지만, 소득 부족 또는 시간 부족 현상이 이러한 가족 내에서는 더욱 쉽게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급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놓이기 때문에 가족의 상황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의 가족은 이성인 성인 둘의 결혼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리고 그 결혼은 법률혼이어야만 정상적이라고 여겨졌다. 법률혼이 아닌 동거나 사실혼 관계는 일탈로 여겨져 왔고, 이러한 사회의 관습과 문화는 우리의 제도 및 정책에도 스며들어 있기 마련이다. 즉, 제도나 정책에서도 법률혼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남아 있다. 물론 실생활에서도 여전히 결혼에 대한 규범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점차 결혼은 현대화되어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동거나 사실혼 관계가 결혼 관계를 대신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제도나 정책 안에서 혼인관계에 대한 규정과 일관성이 부족한 부분 등을 점검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현재의 정책이나 제도에서는 사실혼 관계에 대한 인정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지원 대상이 부부인 사업에서는 사실혼이 인정 되는 경우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하나의 제도 안에서도 어떤 경우는 인정되고 또 다른 경우는 인정되지 않는 등 기준이 혼재되어 있어, 사실혼 관계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난임부부 지원에 대해 그 동안 법률혼 관계만을 지원 대상에 포함해 왔는데, 법률혼 부부 뿐 아니라 사실혼 부부도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는 변화가 최근에 일어났다. 이렇게 결혼이 진화하고 현대화하는 사회적 변화를 제도와 정책에서 반영하는 과정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현재 제도나 정책을 검토함으로써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향후 제도나 정책 수립은 가족에 대한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행 중인 정책과 제도에서는 가족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을 발굴하고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보편적이라고 여겨졌던 사례에서 벗어나 있는 산모나 영아, 아동 그리고 가족까지도 지원을 빠짐없이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가족이 우리 사회의 대표 가족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가족정책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배제되는 가족이 없도록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혼인관계에 대한 규정을 검토하는 것을 시작으로 제도 및 정책 설계 시 사실혼 인정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되어야 할 것은 다양한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이다. 제도 및 정책의 정비만큼 중요한 것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적 환경일 수 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개개인 스스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응답하면서도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는 아직 다양한 가족 형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편견에 있어 사회적-개인적 수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제도나 정책의 변화와 같은 사회적 변화가 선행되는 것이 개인의 인식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제도나 정책이 변화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변화가 먼저 일어나는 것이 인식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축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개인으로서의 본인은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다수인 이러한 인식적 환경에서는 특정 가족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 제거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차별의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고민을 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가족구성원 중에서 아동은 가족의 유형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기본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혼이나 동거 가족에 대한 편견이나 불편함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여 동거 및 사실혼 관계에서도 부부라는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와 기초적인 혜택이 인정되는 등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인식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변화가 서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가족 유형에게만 제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가족에게 편리하고 긍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변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변수정

※ 본 기고문은 ‘변수정, 박종서, 오신휘, 김혜영(2017). 다양한 가족의 제도적 수용성 제고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일부를 발췌・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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