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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갤러리

화가 이중섭이
맨몸으로 껴안은 가족의 온기

행복갤러리는 근현대의 한국 화가들의 작품 속에 비친 가족의 모습과 행복의 풍경을 그려보는 칼럼입니다.
그림 속으로 들어온 가족의 얼굴과 숨결을 통해 나의 얼굴을 비춰봅시다.

맨몸으로 껴안은 가족이라는 온기 가족의 부재를 그린 화가 이중섭

글. 박영택(경기대학교 교수, 미술평론가)

첫 번째 화폭 이중섭,길 떠나는 가족

종이에 유채, 연필, 20.3x26.7cm

이중섭,길 떠나는 가족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가족으로 태어났고 가족을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가족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화가들에게 가족을 소재로 한 그림은 유난히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화가 이중섭에게 가족은 가장 절실한 주제였습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고향을 등지고 부득이 월남한 그의 가족은 피난지에서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 추위에 시달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중섭의 부인과 아이들은 처가가 있는 일본으로 떠납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된 이후 이중섭의 생활은 더욱 처참했습니다. 빈궁함과 그리움, 정신질환에 서서히 무너져갔습니다.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고 아버지와 남편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는 이후 오로지 자신의 가족을 그리워하며 이들을 그림 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아내 이남덕(마사코)와 두 아이 태현과 태성에게 보낸 편지는 절절했지만. 그림 속의 가족은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열악한 피난지의 환경 속에서 그가 남긴 제한된 그림들은 대부분 그토록 그리운 가족의 모습 및 그들과 함께 있는 환상의 장면이었습니다.

두번째 화폭 이중섭, 가족을 그리는 이중섭

종이에 연필과 색연필

그는 지독한 가난과 가족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에 시달리면서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신의 단란한 네 가족이 서로 오붓이 한 공간에서 어울려 사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소망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림을 통해 현실의 상실감을 망각하고자 한 것입니다. 동시에 고통을 이기려는 몽상의 이미지였습니다. 그 꿈은 결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소망을 대신합니다. 환상과 욕망을 마음껏 펼쳐냈던 것이 그림입니다. 결국 이중섭이 그린 가족 그림들에는 헤어져 있던 가족이 다시 하나 되기를 바라는 이중섭의 간절하고 절박한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이중섭은 그토록 가족을 그리워하고 다시 함께 살 것을 기약했지만 너무 이른 죽음이 영영 가족을 갈라놓습니다. 그는 39세에 레테의 강을 건너고 맙니다. 이중섭의 죽음은 생활에서 온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이별에서 온 정신적 공황을 극복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었습니다.


이중섭, 가족을 그리는 이중섭
세번째 화폭 이중섭, 무제

은지화, 15x11cm

그가 남긴 모든 그림에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가족과 만남을 염원하고 기다렸던 작가의 고독한 삶과 고통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는 가족과 늘 한 덩어리여서 그것과 분리된 자신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 안에서 함께 껴안고 사랑하는 모습으로서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그이의 그림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벌거벗은 상태로 부둥켜안고 있고 촉각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원형구도 안에 닫혀있습니다. 이는 가족 전체가 한 공간 안에 모여 있는 모습입니다. 마치 주술을 걸듯 이중섭은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그려나갔던 것입니다. 가족이 없다면 이중섭 자신도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족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중섭의 피난지에서의 여생은 사실 죽음과 다름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의 너무 이른 죽음 또한 예견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아닐까요? 죽기 전까지 오로지 가족만을 애타게 그렸던 이유도 거기에 놓여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일상과 가족을 소재로 삼아 일관되게 그리면서 자기 삶의 이유를 그림으로 해명하려 했던 이는 이중섭이 유일합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의 가족은 따스한 껴안음입니다.

이중섭, 무제

어느 꿈결 같은 봄날, 그의 그림처럼 가족을 만나 그림처럼 꽃처럼 환한 웃음이 피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또 기도합니다. 코로나라는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는 모든 가족에게 봄이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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